내가 처음으로 기광이를 본 것은 불과 한 달도 아니되었다. 습관적으로 파일첨부를 누르고 보니 기광이를 처음 본 날의 짤을 올리면 되겠다 싶어서 또 첨부.
한국에 오자마자 나는 다행히 승승장구 첫방송을 닥본사 할 수 있었다. 아 그때의 짜릿한 기분은 아무도 모를걸~
승승장구 말은 들어봤었지만 본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그냥 토크쇼구나 하고 말았지. 그냥 난 내가 실시간으로 기광이를 본다는게 (그게 비록 방송이라고 해도)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청자와 함께하는 토크쇼라고 하긴 하는데 그건 그냥 남의 일이겠거니 하고 넘겼지만 동생이 한 세번을 객석신청을 했는데 모조리 퇴짜먹었다더라. 그 와중에 난 이제 복학 준비를 하며 짜증게이지가 치솟는데 동생은 전략을 짜오기 시작했다.
월요일 화요일에 연락을 주니까 토요일에 자기가 쓰고 일요일에 나보고 쓰라고.
으으 그게 뭐야 난 내 이름 까는거 싫다 어떻게 이 비루한 몸을 가지고 기광이 앞에 나서냐는 둥 별 헛소리를 다 하다가 '누가 뽑아주긴 뽑아준대?' 하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아빠가 '뽑히기만 해봐라 아빠가 데려다 준다' 는 공약까지 내세움 ㅋㅋㅋㅋㅋ 난 아 저 부녀가 대중매체를 통해 데뷔를 하고싶은가보다 하고 그냥 웃어넘기다가 일요일이 다 지나가는 늦은 시간에 울고 보채는게 너무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쓰기 시작했다.
사실 쓰면서도 긴가민가하고 괜히 누가 보면 부끄러우니까 가감없이 쓰고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게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마침 난 오자마자 강제로 구미호 여우누이뎐을 봐야 했으니까) 쓰고 어쨌거나 최선을 다 하고 언제쯤 내 글 지워야하지 하며 타이밍을 계산하기도 했다.
월요일 밤 9시 쯤에 낯선번호로 전화가 왔다. 난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을 안 쓴지가 어언 일년이 다 되어가니까 귀국 직후에는 자꾸 무심결에 통화버튼을 안누르고 종료버튼을 눌렀는데 02로 오는 번호가 심상찮아서 동생이랑 눈빛교환을 하다가 신중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렇다... 진짜 기대라고는 3%밖에 안했는데 뽑ㅋ혔ㅋ당ㅋ
내 동생은 대체 뭐 어떻게 썼길래 이런 나에게 연락이 오는거지.
아빠는 공약을 지키고 그 전에 우리는 기광이에게 줄 수 있는 모든것을 다 주기로 결심했고 내가 오면서 갖고 들어온 프로폴리스를 챙기고 편지를 쓰고(나니 진짜 부끄럽넹 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아는 모든 꽝덕들이 하고싶어 하는 말을 다 적은거 같다) kbs 가는법을 검색했다.
기광이는 세트에 두번째로 등장했는데 들어오면서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춤도 흔들흔들 추기도 했다.
얼굴이 작다 작다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게 확 와닿아서 소름도 돋았고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다. 딱 좋아!!!!!!! 음 그리고 생각보다 말라서 슬펐다.
누구는 그러더라. 기광이 근육 쫌만 더 빼면 좋겠다고. 근데 여기서 근육 빼면 기광이에게 남는건 뼈밖에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기광이는 바지를 한껏 내려입어서 어쩌다보니 기광이 빤쮸도 보게되고 실제로 눈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니까 나는 막 어질어질 하더라. 아 이러다 내가 맨정신으로 나갈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ㅎㅎㅎㅎ
중간에 신애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데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종이에 슥슥 적어주는 모습을 보며 아 진짜 얘는 지금 자기가 어느정도 인지를 잘 모르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삼신할매는 왜 나에게 투시력을 주시지 않았는지 하고 원망도 해봤다. 대체 국가와 사회가 나에게 해 준게 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프롬프트도 보고 작가님들 쪽도 많이 봤는데 내 동생은 자기를 본거라며 착각을 할 정도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일분 일초가 아깝던 나에게도 결국 녹화 종료의 시간도 찾아왔고 바로 마이크를 빼는 기광이를 보며 바쁜가? 싶었다. 20's choice에 바로 가야하는 것도 모르고 ㅋㅋㅋㅋㅋㅋ
기광이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가 악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방청객들이 기광이에게 몰려서 다들 악수를 하는거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자니 괜히 짠하고 나라도 기광이 덜 피곤하게 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준비해 간 것들을 기광이에게 주는것이었는데 동생은 일찌감치 손 한번 잡아보고 선물가지러 갔다.
동생이 어딨나 보다가 기광이를 놓치고 말았는데 아쉽다 하고 옆을 보는데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기광이 내옆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대놓고 놀란 티가 나지 않았기를..ㅋ..ㅋㅋ..
내가 플랫슈즈 신고 갔는데 기광이가 머리를 숙여서 그런가 뽀뽀하면 육감이 트인다는 정수리부터 보게 되었다. 나 기광이 보려고 귀국도 앞당겼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큰 용기를 내어 저도 악수 한 번.. 이라고 주어도 없고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 떨고 있는데 기광이가 손을 잡아줬다. 아 진짜 손 한번 잡아주이소~ 한마디가 너무나도 힘겹다 ㅠㅠ
사실 악수 시뮬레이션은 한 수백번 했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워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엄...
기광이 손은 생각보다 말랑했다. 운동해서 거칠고 딱딱한 남자손을 상상했었는데. 손 크기는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작았다.(대체 내가 이기광보다 작은게 눈코입 빼고 뭐가 있는가)
그리고 딱히 좋은 냄새도 나쁜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기광이 앞에 있으니까 공기가 맑아지는 기분은 들긴 들더라. 내 기분탓이든 뭐든간에ㅋ
바쁜 와중에 손 하나하나 잡아주고 인사를 꾸벅꾸벅 하는 모습을 보니까 참 친절하고 다정하고 올바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거고 들어가려는데 동생이 선물주니까 놀라면서 (내 동생 오크같아서 많이 놀랐지? ㅠㅠ) 아 감사합니다~ 하는데 너무 이쁘더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드는 생각은 아 기광이 힘들게 일하는구나 였다. 뭐 아님 말고 ㅎ
사실 아직도 기광이 손을 잡은 감촉이 생생하다. 신기하게스리. 이런 감각으로 공부를 한다면 난 인류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