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이킥을 얼마 보지도 못하고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홈스테이할때는 인터넷을 쓸 수가 없었고 그나마 학교에서 조금씩 조금씩 하는게 다였는데
그마저도 친구들과 연락하는 미니홈피, 이메일에 신경쓰다보니 비스트로 데뷔하는 것 조차 내 눈으로 못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인터넷을 쓸 수는 있지만 인터넷 용량제라는 압박과 한 집에 6명이서 생활하는 환경으로 인해 인터넷 용량은 순식간에 차고말았다.
그 당시 나는 한창 밖에서 뛰놀던(...) 시절이라 집에서 컴퓨터를 거의 안했는데다가 다운로드는 상상도 못했고.
유투브로 보기만 해도 용량이 쑥쑥 찼으니까.
기광이가 나오는 예능, 무대 그리고 하이킥 다 보고싶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뜨거운 형제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큰 만족을 해야했던 내 암울한 시절이여.... 그마저도 수월하지도 않았지.
집 주인에게 혼나면서 다짐했던 것이 '아 내가 빨리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 가야겠구나. 가서 본방사수도 하고 기광이 응원도 하러 다녀야겠구나' 였다.
결국 내 꿈은 이루어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오자마자 승승장구 닥본사, 뜨형 닥본사.
그리고 기광이 무대, 예능보기.
하이킥 1편부터 126편까지 보는거.
요새 세상이 좋아져서 한번에 볼 수가 있더라.
처음엔 깨알같이 준혁학생이 나오는 편에서만 보이던 기광이.
하지만 그 짧은 분량을 위해 많은 시간을 대기했을 기광이......
하복을 입던 세호가 후드티와 패딩을 겹쳐입기까지의 시간인데 나는 단 이틀만에 또다시 정ㅋ벅ㅋ 했다.
맨 처음에 한번 쭉 봤을때는 그저 기광이 보는게 바빠서 사실 스토리나 전개상황은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볼때는 마음적으로 여유도 있고 (처음에 볼땐 뭔가 내가 너무 급했어 ㅋㅋ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ㅋㅋ) 또 혼자서 조용히 감상할 여건이 만들어져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다.
외쿡에서 러브스토리가 만들어 지느냐 마느냐 했던 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ㅋㅋㅋ
특히 세호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거, 그리고 매몰찬 말을 듣고 포기하는거, 힘들게 포기했는데 다시 옷장속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들, 또 마음정리를 했나 싶더니 기다려달라고 하던 모습.
결국 어떻게 되었단 말 없이 그냥 어느새 세호의 첫사랑은 세호의 한숨처럼 흩어져버렸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호가 정음이누나와 코뽀뽀 하려다 들켜서 마당에서 뚜드려맞는 순간 기광이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첫사랑,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프다'
순간적으로 너무 와닿는데 세호가, 그러니까 기광이가 말하니까 나에게는 더 귀에 박히고 (아무래도 기광이 목소리니까)
또 기광이가 담담하게 남 이야기 하듯 말해주니까 사실 더 와닿기도 했지.
왜냐면 내 첫사랑도 아프니까 ㅋ..ㅋㅋ..
막방에 가까워 질 수록 기광이는 얼마 나오지도 않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세경씨의 말을 빌어서 세호의 첫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ㅋ
말이 길어졌는데 정말 5초 이렇게 나오는 기광이도 참 사랑스러웠다.
입김 폴폴나고 귀도 빨갛고 입이 얼어서 발음도 또렷이 안되는 기광이를 보면서 리허설 하랴 각도 바꿔서 촬영하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도 들고, 점점 진해지는 다크서클을 보면서 내 생각보다 더 많이 피곤했겠지 싶기도 해.
사실은 세호의 이중성 에피소드도 그렇고 기광이의 다른 에피소드들이 많이 편집이 되어서 많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기광이가 많은것을 배웠다고 하니까 나는 그것으로도 만족한다.
언젠가 기광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또 볼 수 있겠지?
기광이가 세호역을 잘 해줘서 내가 옛날 생각도 하고 또 많이 공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중.
연기가 처음인데도 표정도 풍부한 기광이.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기광이가 나이를 먹어가며 더 많은걸 경험하고 느끼면서 더 다양하고 깊은 연기를 하게되는 그날이 오면 좋겠다.